공유경제를 표방한 사무실 임대업체 위워크가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이는 업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과정
에서 겪는 일시적인 진통에 불과합니다.
위워크 파산위기… 흔들리는 공유경제
공유경제의 대표적 기업인 위워크가 파산 보호신청을 하고 에어비앤비가 각종 규제에 직면하면서, 두 기업이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위워크는 고금리 등으로 파산 위기에 처했고, 에어비앤비는 주거난을 가중시키는 원흉으로 몰렸다. 위기에 처한 공유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부인 미드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 본사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한산했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카페처럼 꾸며진 휴게실에는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뉴욕의 위워크 사무실을 임대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위워크로부터 '전략적 조직 재정비 과정을 추진 중'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며 "지점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뉴욕에서만 47개 지점을 운영하던 위워크가 지난 6일 뉴저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35개 지점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공유경제 신화 에어비앤비는 강력한 규제를 받으며 최대 시장 뉴욕에서 퇴출 위기를 겪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위워크와는 달리 숙박시설과 여행객을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으로,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고통비용을 사회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자, 뉴욕은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이들에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기 임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거주할 목적인 사람들의 주거 공간이 부족해질 수 있다.
위워크와 에어비앤비는 모두 한정된 부동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개념인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위워크는 상업부동산이 남아 도는 위기 속에 파산의 길로 들어섰고 에어비앤비는 주택이 부족해 임차료가 치솟는 위기 속에 규제 폭탄을 맞고 있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 알고 보면 부동산 임대업이 주 사업입니다.
2010년, 애덤 노이만과 미겔 매켈비는 공동으로 '사무 공간의 유토피아'를 표방하며 위워크를 설립했다. 아이 대신 우리를 강조하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에어비앤비와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세련된 도심의 사무실에서 커피와 맥주는 물론, 다양한 음료를 즐기며 일할 수 있는자유롭고 개방적인 사무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2018년에는 뉴욕 5번가의 랜드마크인 로드앤테일러 백화점을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9년 1월,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62조원으로 평가되었다.
부동산 재임대업이라는 사업의 본질은 노이만의 뛰어난 언변과 공유경제에 대한 기대감, 미래 업무 방식으로의 전환 가능성, 그리고 제로금리 시대의 광풍과도 같은 투자 열풍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해 8월, IPO를 위해 제출한 S-1 서류는 위워크의 허상을 낱낱이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이라는 단어가 100번 이상 등장해 해당 기업이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알고 보니 비싼 임대료를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부동산 임대사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월간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번 투자 설명서를 검토한 뒤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도 기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빠르게 성장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하지만 위워크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을 임대하는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서비스가 좋다고 해도 이익을 늘리기는 어렵다. 초기에 매출이 80%씩 증가한 것은 단지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에 투자했기 때문이지, 기술혁신으로 인한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HBR은 자산과 부채의 기간 불일치를 지적했다.
장기 임대 계약을 맺은 뒤 이를 다시 단기 임대로 전환하여 운영하는 방식은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 기업의 도산이 속출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하자, 비싼 임대료를 주고 건물을 빌려 공유오피스 사업을 하던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던 시절에도 위워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위워크가 망했다고요? 우린 이미 오래전에 파산했어요.
위워크는 2019년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이후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방만한 경영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 회사의 창업자 노아만이 겪은 일은 미국 TV드라마 '우리는 망했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노이만이 투자자들의 돈으로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고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마약을 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위워크에 장기간 임대해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위워크는 2021년 기업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약 18조 4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위워크 투자는 내 인생의 오점"이라고 회고할 정도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돈 빌리기 쉬운 시기는 막을 내렸다.
높은 금리로 인해 창업자들이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면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재택근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7년까지 위워크가 지불해야 하는 임대료만 해도 약 13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였던 위워크는 현재 기업가치가 전성기 때의 2% 수준인 8,734만 달러(약 1,200억 원)로 떨어졌고, 부채 규모는 190억 달러(약 25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는 기업 회생을 위해 챕터11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50~100개의 임대차 계약을 강제로 종료해달라고 요청했다.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에어비앤비 위기는 위워크와 상황이 좀 다르다. 올해 3분기에는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18%, 영업이익이 33%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위워크와 달리 에어비앤비는 기술기업이다.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사이트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수익도 늘어난다.
우버는 차량 소유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이다.
문제는 주거용 부동산은 주민 삶과 직결된, 한정된 재화라는 것이다. 2008년, 브라이언 체스키 CEO가 집주인이 집을 비울 때 다른 여행객에게 빌려준다는 아이디어로 에어비앤비를 창업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숙박업으로 수익을 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본래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 임대용으로 구입한 집을 일 년 내내 빌려주는 행위는 공유경제의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거주할 공간이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파트를 장기간 임대해 이를 다시 비싼 가격에 에어비앤비에 내놓는 불법적인 거래가 성행하기도 했다. 뉴욕은 만성적인 주택난을 겪고 있는데,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9월,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이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뉴욕시는 주거용 건물을 30일 이내로 단기 임대할 경우, 시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집주인은 손님들과 함께 집에 머물러야 하며, 최대 수용 인원은 2명이다. 본래의 목적에 맞게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임대하라는 뜻이다.
부동산 중개업만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단기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뉴욕시 단기 숙소 등록 건수는 77% 하락했다.
올해 5월에 실시한 조사 결과, 뉴욕시의 에어비앤비(Airbnb) 플랫폼에 등록된 숙박시설이 시내 전체 임대 가능 주택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부족은 임대료 상승을 야기했다.
뉴욕시는 에어비앤비가 임대료 상승에 9%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덴마크 코펜하겐, 말레이시아 페낭 등에서도 개인 주택을 에어비앤비 숙소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의 탈세 혐의를 조사해 10억 유로(약 1조 3,000억 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숙박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의 작은 마을 호치타운은 숙박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의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400개 정도였던 숙박시설이 5년 사이에 2400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시를 벗어나 교외 지역에서 장기간 거주할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주택을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그 지역의 인구는 늘지 않은 채 치안이나 의료 등 공공서비스 인프라 구축 없이 집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 마을 주민인 제이슨 워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1849년의 골드러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큰 돈이 걸리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직장인들이 다시 도심으로 회귀하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기나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공유경제 미래는…
위워크 파산이나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 폭탄이 공유경제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량이나 집, 사무실 등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공유경제’가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유경제 시장이 오는 2022년까지 3,871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향후 10년간 연평균 7.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2년에는 약 8,271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저금리 시대의 종언은 공유경제를 내세운 일부 기업들의 혁신이 과연 진정한 혁신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은 에어비앤비를 두고 '혁신적 기업가 정신'이 아닌 '규제적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라고 지적했다.
법 위반 가능성이 큰 사업을 시작해 문제가 되면 ‘혁신 사업을 위해 규제를 명확히 해달라’며 정치인 로비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시에는 집주인이 살지 않는 집을 30일 이내로 빌려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존재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이 같은 규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위워크는 겉으로는 첨단기술 기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형적인 부동산 임대업체에 불과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위워크의 파산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이는 값싼 자금 조달로 인한 무분별한 투자를 억제하고 기업들의 경영 투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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